캐시 우드가 경고한 삼성·하이닉스의 미래, 일론 머스크가 HBM을 없앨까?
요즘 AI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귀한 물건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HBM, 고대역폭메모리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HBM 수요가 폭발했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역시 HBM과 차세대 메모리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의 상식은 꽤 단순하다.
AI가 성장한다 → HBM이 더 많이 필요하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돈을 번다.
그런데 여기에 꽤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ARK Invest의 캐시 우드다.
캐시 우드의 생각은 이렇다.
HBM 가격이 계속 비싸진다면, 기술 기업들은 결국 HBM을 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HBM이 너무 잘 팔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 신호?
현재 메모리 시장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하면서 DRAM과 HBM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캐시 우드는 조금 다르게 본다.
그녀는 메모리를 반도체 산업에서도 특히 경기 변동성이 크고 상품화되기 쉬운 영역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몇 배씩 뛰어오르는 상황 역시 영원히 지속될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 Benzinga 관련 기사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다.
말은 조금 무섭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어떤 물건이 지나치게 비싸지면 소비자는 세 가지 행동을 한다.
덜 사고,
다른 것을 사고,
가능하다면 아예 필요 없게 만든다.
기술 산업에서는 마지막 단계가 특히 무섭다.
엔지니어가 문제를 해결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실제로 이런 일을 한 적이 있다
캐시 우드는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테슬라의 배터리를 예로 들었다.
과거 전기차 배터리에는 코발트가 중요한 원료로 사용됐다.
그런데 코발트는 공급망 문제와 가격, 채굴 과정에서의 인권 문제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원재료였다.
보통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코발트를 더 많이 확보하자.”
하지만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다른 방향도 택했다.
배터리에서 코발트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캐시 우드는 바로 이 사례를 HBM 시장에 대입한다.
HBM 공급이 부족하다.
가격이 계속 오른다.
그러면 AI 기업들이 언제까지 비싼 HBM을 사기만 할까?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나오기 시작한다.
“HBM을 덜 쓰고도 AI를 돌릴 방법은 없을까?”
캐시 우드는 기술 산업에서는 공급 부족이 생길 때 단순히 생산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부품 자체를 우회하려는 기술 혁신도 함께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참고: Benzinga 캐시 우드·일론 머스크 관련 기사
그리고 이미 HBM을 쓰지 않는 AI 칩도 있다
이 대목에서 캐시 우드가 주목하는 기업이 있다.
세레브라스(Cerebras)와 그록(Groq)이다.
우리가 익숙한 AI 가속기 구조에서는 GPU와 HBM 사이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HBM의 높은 대역폭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AI 칩이 반드시 똑같은 구조일 필요는 없다.
세레브라스와 그록처럼 기존 GPU와 다른 방식으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캐시 우드는 이들 기업이 HBM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기존 GPU 구조에 비해 HBM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세레브라스는 이 부분이 꽤 선명하다.
회사는 자사의 웨이퍼 스케일 아키텍처가 HBM을 사용하지 않고,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되는 CoWoS 패키징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참고: Cerebras 공식 자료
이건 꽤 중요한 변화다.
현재 AI 산업의 최대 병목 가운데 하나가 HBM이라면,
어떤 회사에는 HBM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지만,
다른 회사에는 HBM이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추론’ 시장이 재미있다
AI에는 크게 두 단계가 있다.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Training)과,
만들어진 AI 모델을 실제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는 추론(Inference)이다.
지금까지 거대한 GPU 클러스터와 HBM 수요를 이끌었던 것은 AI 학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AI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시장의 중심은 점점 추론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수억 명이 AI에게 질문하고,
AI 에이전트가 일을 처리하고,
기업마다 AI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매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추론 비용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관심도 변한다.
“가장 강력한 칩이 무엇인가?”에서 “같은 AI 서비스를 얼마나 싸게 돌릴 수 있는가?” 로 이동할 수 있다.
바로 이 영역에서 HBM 사용량을 줄이거나 기존 GPU와 다른 구조를 사용하는 AI 칩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캐시 우드가 세레브라스와 그록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악재일까?
여기에서 이야기를 너무 빨리 결론 내리면 안 된다.
“HBM이 사라진다.”
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험하다.”
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훨씬 이르다.
오히려 현재 상황만 보면 HBM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4E 샘플까지 주요 고객에게 공급하며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고, AI 인프라 투자 역시 계속되고 있다.
참고: Reuters 관련 보도
S&P Global Ratings 역시 SK하이닉스의 강한 실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메모리 공급 확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도 당장이라기보다는 2028년 전후로 거론된다.
즉,
캐시 우드의 주장은 ‘내일 HBM이 필요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HBM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이 장기적으로 HBM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유구한 수요 파괴의 법칙’
이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바라보는 방법은 이것이다.
가장 잘나가는 제품의 높은 가격이 자신의 경쟁자를 만들어낸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인건비가 오르면 자동화 투자가 늘어난다.
서버 비용이 비싸지면 더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그리고 HBM이 너무 비싸지면,
누군가는 HBM을 덜 쓰는 AI 칩을 만든다.
아이러니하다.
HBM의 엄청난 수익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그 높은 가격이 ‘HBM을 필요 없게 만들자’는 연구개발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도체의 숙명, 결국 상품화될까?
캐시 우드가 우려하는 또 하나의 부분은 ‘상품화’다.
메모리 반도체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이면서 동시에 치열한 가격 경쟁을 반복해왔다.
수요가 폭발한다.
가격이 오른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
생산량이 늘어난다.
어느 순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다.
가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투자가 줄어든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반복해서 봐온 사이클이다.
HBM은 일반 DRAM보다 기술 난도가 높고 고객 인증도 까다롭기 때문에 과거의 범용 메모리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캐시 우드는 결국 기술 발전과 경쟁이 계속되면 HBM 역시 지금처럼 압도적인 희소성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진짜 봐야 할 질문은?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캐시 우드가 SK하이닉스를 부정적으로 본다.”
라고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고 생각한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HBM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일까?
아니면
HBM을 가장 적게 사용하면서 같은 성능을 내는 기업일까?
현재까지는 첫 번째가 승리하고 있다.
AI 모델은 더 커지고 있고,
GPU는 더 많이 필요하며,
HBM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덕분에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산업의 역사는 늘 다음 장을 준비한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대체 기술의 경제성도 함께 올라간다.
HBM 한 개가 싸다면 굳이 새로운 구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HBM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공급까지 부족하다면?
수많은 엔지니어에게 갑자기 아주 맛있는 문제가 하나 생긴다.
“이걸 없애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데?”
그 순간부터 혁신이 시작된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HBM을 없앨까?
정확히 말하면 일론 머스크가 직접 HBM을 없애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캐시 우드가 일론 머스크의 과거 테슬라 전략을 예로 들면서, 기술 기업들이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에 대응하는 방식을 HBM 시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머스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죽인다”
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하지만 캐시 우드가 던진 질문 자체는 꽤 날카롭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리고 있는 HBM 호황의 최대 적은 다른 메모리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HBM 자체를 덜 필요하게 만드는 새로운 AI 아키텍처
일 수 있다.
반대로 AI 연산 수요가 효율 개선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면?
HBM을 절반만 사용하는 기술이 나와도 AI 사용량이 5배 늘어 버린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는 오히려 계속 증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AI 수요 증가 속도
VS
HBM을 줄이는 기술 발전 속도
의 경쟁이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 AI 반도체 시장을 볼 때 이 질문은 꽤 중요해질 것 같다.
AI 시대의 진짜 승자는 HBM을 만드는 회사일까?
아니면 HBM을 필요 없게 만드는 회사일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 본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공개된 발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정리한 글입니다.
관련 키워드: 캐시우드, 일론머스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BM, AI반도체, 엔비디아, 세레브라스, 그록, 테슬라



